넷플릭스가 지브리의 영화를 스트리밍 해준단다!
세상에! 그럼 못 봤던 지브리 영화를 다 봐야겠어!
...라고 생각한 지 어언 몇 개월째.
스트리밍 지원되자마자 항상 캐릭터만 보아왔던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큰 TV에 연결해서 보고,
그동안 궁금했던 <원령공주>를 본지 한 달이나 지났다.
그리고 오늘, 언제나 마음을 포근포근하게 만드는 귀여운 포뇨를 보았다.
그리고 바로 키보드를 잡았지.
뭔가 키보드 워리어처럼 말했지만... 영화 후기는 영화를 보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쓰는 게 가장 기억에도 남을 것 같으니까.
언제나 그렇지만 지브리 영화는 유행을 타지 않는 특유의 그림체 탓인지 개봉된 지 오래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오래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후기를 작성하다 2008년도에 개봉된 영화라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물론 <이웃집 토토로> 개봉일(1988)에 비하면 그렇게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걸 새삼 느꼈달까...
여하튼 영화를 보고 나니 몇 가지 의문점과 애매한 점이 남아버렸다.
먼저, 왜 포뇨는 아빠의 어항(?) 속에 갇혀 살았던 것일까.
물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포뇨의 동생들도 보면 어항 속에만 갇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이 되려고 하자 막 구겨버리고.
어째서? 자신의 딸이라고 부르는데 취급이 박하다.
영화에서 안 나왔을 뿐이지 풀어줄 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동생들의 수가 너무 많다.
풀어주면 관리가 안 될 것 같은데. 아니, 뭐. 아닐 수도 있지만.
포뇨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그것도 궁금하다.
포뇨의 아빠는 인간이다. 그리고 포뇨의 엄마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지.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 같긴 한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포뇨는 왜 태어난 것일까? 동생들은?
그냥 영화인데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 같긴 하지만...
궁금했달까.
영화에서 주인공 소스케는 어린 나이치고 굉장히 똑부러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아빠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속상한 엄마를 달래기도 하고, 자신에게 까칠하게 구는 할머니에게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엄마를 찾기 위해 장난감 배를 타고 넓은 바다 위를 항해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5살 아이라면 불가능할 정도로 똑똑하고 착한 아이.
그래도 어린아이는 어린 아이다.
배 모형 장난감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에서, 포뇨가 찾을 수 있도록 양동이를 걸어놓는 모습에서, 엄마를 못 찾을까 봐 걱정돼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래, 결국 소스케는 5살 꼬마 아이다.
그런 소스케에게 그랑 만마레는 포뇨가 인어여도 좋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좋다고 하지. 어린아이가 무얼 알겠는가.
그 나이 때 아이들은 그냥 친구가 좋으면 좋다고 대답한다.
막 세기의 사랑 같은 걸 알리 없고 알아도 이상한 나이다.
포뇨가 자신의 피를 먹고 인어가 됐다는 엄청난 비밀을 듣고도 아 내 상처를 핥아서 낫게 해 줘서 인간이 됐나 보다! 하고 아주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 알지 않은가.
그 뒤의 일까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단 말이다.
그런데 그랑 만마레는 포뇨가 인어여도 좋다는 대답을 듣고 소스케가 보호자가 돼 주기로 했다는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보호자라니, 저 쪼끄만 꼬맹이한테 보호자라니.
차라리 소스케의 엄마 리사를 말했다면 이해하겠다.
그저 좋다고만 대답했을 뿐인데 너무 큰 책임을 지워주는 모습에 어라, 싶었다.
사실 어른의 시각으로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어린 친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리 없지 않은가.
물론 저 말을 듣는 포뇨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 거다.
그냥 소스케랑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겠지.
지켜보고 있던 엄마 리사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포뇨가 인간이 된다면 결국 리사가 모든 책임을 가지고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중에서 소스케와 포뇨가 리사를 찾아가기 전, 리사가 그랑 만마레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대화를 나왔는지까지는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것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음... 그랑 만마레가 나빴어.
폭풍우가 몰아치고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천진난만한 두 아이와 대비되는 결연한 표정의 리사를 봐라.
포뇨가 인간이 되고 난 이후가 쉽게 예상 간다.
리사 파이팅.
영화 끝에 남은 의문은 포뇨의 아빠 후지모토가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다.
지상으로 올라간 포뇨를 쫓아가던 후지모토의 배경으로 잔뜩 오염된 바다가 나온다.
후지모토는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더미나 흙더미들을 보고 굉장히 질색하며 포뇨를 잡아온 이후에도 인간을 굉장히 혐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을 싫어하는 후지모토는 인간의 시대를 끝내고 바다의 시대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즉, 인간을 없애버리기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마법의 약을 모아놓고 있었는데.
그 약들은 포뇨가 다 날려먹었지.
뭐, 포뇨는 단순히 소스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덕분에 바다의 수위는 엄청나게 높아져버리고 완전히 고대의 바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영화기도 하고 포뇨가 귀엽게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 이랬으면...
소스케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로 수많은 집들이 수몰되고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필시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도 꽤 될 테지.
영화 속에서는 한가로이 뱃놀이(?)를 하는 모습도 나온다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호텔 제공?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아무튼, 마지막에 후지모토는 결국 포뇨를 인간으로 만들어주게 된다.
그렇게 인간을 싫어했는데 그랑 만마레의 말 한마디에 말이지.
더군다나 후지모토가 할머니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할 때 보면 아주 평범해서 그가 인간을 싫어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럼 후지모토는 딸인 포뇨가 인간이 되었으니 바다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야망은 결국 버린 걸까?
이제 후지모토도 인간을 조금이나마 좋아하게 됐을까?
아니 애초에 그랑 만마레는 후지모토의 이런 생각을 알고 있었을까?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포근한 내용의 영화인 건 맞지만 조금 애매하게 영화가 마무리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인데 너무 깊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지만.
뭐, 포뇨가 엄청 귀엽긴 했다.
특히 소스케를 만나겠다고 바다 위를 작은 발로 챡챡챡챡 뛰어갈 때.
증말 귀여웠지.
소스케를 만나겠다고 자동차 뒤를 쫓아갈 땐... 스릴러였지만...
정말... 다시 봐도 스릴러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어린아이의 천진함...이겠지?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정말 기겁했을 텐데 담담하게 파도가 물귀신 같다고 하고 엄청난 운전 실력을 보여주는 리사...
리사가 최고다.
'Another > 영화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0) | 2020.06.14 |
---|---|
영화 <판타스틱 4 (2015)> (0) | 2020.06.14 |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2019)> (0) | 2020.04.26 |
영화 <닥터 두리틀 (2020)> (0) | 2020.03.31 |
영화 <쥬만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 (2012)> (2) | 2020.03.21 |
댓글